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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마지막 컬트 드라마, The X-Files


전 세계적인 컬트 열풍을 불러오며 자칭 '엑스필'이라는 마니아층을 만들어 낸 드라마, 엑스파일. 나도 예외는 아니어서 엑스파일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로 환장하는 사람이었다. 그런 내가 엑스파일을 알게 된 건 순전히 채널을 돌려보는 중에서였다. 94년도 방영이었으니 지금으로부터 13년 전이다.

11시가 넘어서 심심하던 차에 텔레비전 채널을 돌려보고 있었는데 웬 원시인 하나가 뜀박질을 해 대는 게ㅡ1X04 식인 원시인의 정체 편ㅡ눈에 들어왔다. 호기심이 동해서 죽치고 봤다가 제대로 낚였다. 1994년 12월 5일, 그렇게 나는 엑스파일과 사랑에 빠지고야 말았다. 후에 방영시간이 자정대로 바뀌면서 제대로 못 보는 불상사가 벌어지기도 했지만ㅡ기다리다가 자 버렸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는ㅡ종영하는 그날까지 엑스파일을 향한 나의 사랑은 절대 꺼지지 않았다. 지금도 엑스파일 팬픽션 사이트를 간혹 스토킹(...)하고 있으니 그때의 열정은 사라졌을지언정 애정은 남아있음이다.

엑 스파일하면 초자연 현상이니 음모론이니 생각나는 게 많지만, 이분들을 빼놓고서 엑스파일을 논할 수는 없을 것이다. 바로 멀더와 스컬리의 성우인 이규화 씨와 서혜정 씨. 이들의 목소리가 아닌 멀더와 스컬리는 상상이 되지 않을 정도로 이규화씨와 서혜정씨의 목소리에 다들 흠뻑 취하지 않았던가. 나중에 원어로 듣고선 어찌나 생소하고 어색했는지 모른다. 물론 데이빗과 질리언의 목소리도 좋았지만, 이미 더빙판으로 멀더와 스컬리가 확고해진 상태라서 영 얼굴과 목소리가 따로 노는게 보기가 힘들었다. 엑스파일만큼은 더빙판이 훨씬 더 좋았다. 이건 대다수의 분이 공감하지 않을까 싶다.

엑스파일의 인기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두 사람이 로맨스가 아닌 끈끈한 파트너십으로 엮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물론 이것도 막판에 가서는 반전을 이뤄냈지마는. 위기에 처한 멀더를 당당히 구해내는 스컬리의 모습은 기존의 드라마-영화 공식을 뒤집어 놓으며 많은 팬을 열광시켰다. 오죽하면 극장판 엑스파일이 망한 이유가 스컬리가 위험에 처하고 멀더가 이를 구해냈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나돌까. 그래서 노모로들은 두 사람 사이에 사랑이 싹 틔는 걸 굉장히 싫어하지만, 쉬퍼들에겐 염장 장면 하나가 구원이자 지상낙원이었다. 참고로 말하자면, 나 역시 쉬퍼다. 처음에 쉬퍼고 노모로고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았다. 그저 엑스파일을 좋아하는 사람에 불과했는데, 가뭄에 콩 나듯 나와 아주 감질을 내는 장면들에 단번에 낚여서는 쉬퍼가 되고 말았다.

쉬퍼로 가는 에피소드 중의 하나인 2X13 공포의 그림자 편에서 사라진 스컬리를 목격한 사람이 아무도 없음에 멀더가, "스컬리 같은 미인을 못 봤다는 게 말이 됩니까?!!!!" 라고 외치는 대사에 많은 분이 뒤로 넘어갔다는 후문이 전해져온다. 이것이 바로 놀라운 번역의 힘. 6X03 버뮤다 삼각지대 편은 여러모로 화제가 됐는데, 그 중 하나는 키스씬. 현실 속 스컬리와의 키스씬은 아니었지만 어찌나 길게도 하던지, 스컬리한테 뺨 맞은 건 자업자득. 두번째는 멀더의 "I Love You" 대 놓은 고백. 죽다 살아오면 사람이 저렇게 변하는 모양인지도.

엑스파일이 끝난 지도 5년이 지났다. 하지만, DVD도 계속 나와주고 많은 분이 꾸준히 회자하는 게ㅡ엑스파일이 미드에 빠진 계기라는 분도 계시고, 엑스파일만큼 심취한 미드도 없다는 분도 상당수더라는ㅡ역시나 엑스파일은 대단한 드라마라는 생각이 든다. 여름이 깊어가는 지금, 여러분도 옛 추억을 되살릴 겸 엑스파일에 다시 한 번 빠져보는 건 어떠실는지.



[용어참고]

쉬퍼 : 멀더와 스컬리가 동료 이상의 관계, 연인이나 부부로 발전하길 바라는 사람.
스노거 : 실제로 질리언과 데이비드가 로맨틱한 관계로 발전되기를 바라는 사람.
노모로 : 멀더와 스컬리가 좋은 친구, 동료, 파트너의 관계로도 충분하다는 사람.
펜스시터 : 노모로도 됐다가 쉬퍼도 됐다가 하는 그 중간경계에 있는 사람.
by 아르튀르 | 2007/07/11 20:38 | review | 덧글(2)
Commented by 아르젠틴 at 2007/07/11 21:45
어릴 때 졸린 눈을 비비면서 보다가 잠들어도, 무서워 하면서도 보고 싶어하던게 x 파일이에요. 며칠 전에 원작 방송하는 걸 우연히 봤는데. 더빙되지 않은 원작이 너무 생소해서 꺼버렸다지요;;;; 아 다시한번 안해주려나아~ 어릴 때 본 거라 제대로 기억도 안나는데.. ;ㅅ;
Commented by 아르튀르 at 2007/07/11 22:05
kbs의 방영계약이 끝나서 재방은 안되는 걸로 알고있어요. 몇 차분인가 방영권을 다시 사서 재방한 적이 있었죠. 지금은 DVD를 지르지 않는 한은 이규화씨와 서혜정씨의 멀더와 스컬리는 만나긴 어려울거에요. DVD를 사신 분 대다수가 이 이유 때문이라지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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